지난 10월 26일(토) 미혼모 아카이빙과 권익옹호 연구소(이하 미모연)의 제1기 세미나 1차 모임이 있었습니다. 오프라인 5명, 온라인 2명 모두 7명이 조촐한 그러나 뜻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미혼모성'을 주제로 한 다음 논문 2편을 함께 읽고 토론했습니다.
미모연 연구소 소장 권희정 선생님의 논문으로 본 세미나는 발제자의 내용 요약과 참석자들의 질문에 대한 '저자와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부터 1980년대까지 시대를 배경으로 미혼 모성이 탈모성화는 과정,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입양 실천과 정상가족 담론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등을 다룹니다. 논문에 담긴 역사적 내용 뿐 아니라 미혼모를 둘러싼 현재의 법제도, 개인적인 경험 등 폭넓은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의 관점을 확장시킬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세미나에서 진행됐던 다양한 논의는 다음을 참고해주세요!
1) 미혼모성의 경험을 통해 본 근대의 탈모성화(권희정, 2014) 토론 1: 미혼모 관련 사회복지 관점에 대한 비판적 시선에 대해 - 필자: 1960-70년대 사회복지분야에서 핵가족을 이상화하며 미혼모를 범주화하고 낙인을 찍고 미혼모 자녀 입양을 시작했음. 하지만 1970년대 진화론/기능주의 이론이 팽배한 가운데 핵가족을 이상화하는 담론은 당시 사회복지뿐 아니라 여성학, 사회학 등 모든 영역에서 팽배했고 사회전반에 거쳐 진보적 가치로 여겨짐. 또한 사회복지 이론의 잘잘못을 떠나 정책 수립할 때 당사자 목소리 배제되는 것이 문제적임. 이번 보호출산제 통과 때에도 입양인/미혼모/유기피해 아동들의 친생부모 정보를 지우는 보호출산제 반대했으나 그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음 토론 2: 기능주의와 진단주의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참여자1) - 참여자2: 진단주의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일군의 집단을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병리화 하고, 사례관리를 통해 치료하여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함. - 필자: 진단주의가 미혼모를 병을 앓고 있는 사람으로 판단한다면, 기능주의는 미혼모는 비정상, 일탈로 봄. 사회의 정상 기능을 저해하는 집단으로 미혼모를 사회 문제의 원인으로 봄. 토론 3: 당사자 목소리가 빠진 것은 문제적이지만, 실제 미혼모는 성장 과정 중에 있고 환경으로 인해 여러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있기에 진단하고 입양을 보내게 한 것이 완전히 틀렸고 나쁘다고만 볼 수 없는 것 아닐까 (참여자2) - 필자: 미혼모가 성장과정 중에 있다는 것은 미혼모는 어리다는 편견이 있기 때문. 사실 미혼모 중 10대는 극히 일부이고 모든 연령대에 골고루 퍼져 있음. 미혼모를 10대화 함으로써 미혼모 정책 역시 10대 중심 (시설 수용, 검정고시 지원 등)이 되어 전 연령의 미혼모는 정책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가져왔음. 또한 ‘미혼모가 처한 환경이 어려우니 키우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가 아닌, ‘미혼모가 처한 환경이 왜 아기를 키우기 어렵게 하는가’로 질문이 바뀌어야 함. 토론 4: 익명출산제가 통과될 때, 미혼모 삶이 쉽지 않으니 익명 출산이라도 있으면 출산할 여성들이 있을 거란 주장이 있었음. 친생 가족 안에서 크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들이 존재.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없도록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됨, 입양 후 원가정과는 완전히 단절시키는 ‘친양자제도’에 대한 입장은? 시대를 역행하는 제도일까 궁금함 (참여자4) - 필자: 입양 가족과 입양아가 법적으로 완전한 가족을 이루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함. 다만, 입양됨으로써 완전한 가족에 편입되기 전까지 부정의한 일들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임. 아이가 자신의 출생 정보와 원가족을 알 권리, 원가족과 살 수 있는 권리, 성장 후 자신의 출생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는가 봐야 함. 이런 것이 보장되지 않고 친양자제도를 통해 완전 입양되는 것은 문제 있다고 봄. - 참여자1: 파양이 자주 일어나고 있어 아동보호시설 퇴소자 권익단체 분들이 파양을 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들었음. 입양부모가 쉽게 파양하는 것에 대해 개선이 필요한가 - 참여자4: 민법조항을 살펴보면, 친양자를 파양할 수 있는 경우는 2가지에 국한됨. ①양친이 친양자를 학대 또는 유기하거나 그 밖에 친양자의 복리를 현저히 해하는 때 ②친양자의 양친에 대한 패륜 행위로 인하여 친양자관계를 유지시킬 수 없게 된 때. 일반 입양이 협의상 파양까지 허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법률상 친양자 파양이 협소하게 기술되어 있는 것은 맞음. 그러나 아동보호시설에서 친양자 파양이 연령관련없어 무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말씀으로 보아, 어쩌면 '패륜 행위'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아동에게 불리하게 적용되거나 실무적 판단 근거로 삼을 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있을지도. 기타 의견 - 참여자3: 제도 밖 임신과 출산, 양육을 고민하는 과정을 사회가 함께할 수 있는 시스템과 돌봄 체계가 필요. - 필자: 미혼모 운동은 미혼모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함. 본 세미나가 작은 시작이 되었으면. 2. 입양실천에서 나타나는 정산가족 담론과 미혼모 자녀의 고아 만들기(권희정, 2015) 토론 1: 논문에서 말하는 ‘모성’의 의미는 무엇이며, 왜 ‘모성’에 집중했는가? 미혼모를 행위자성이나 자기결정권이 박탈된 존재로 해석할 수도 있었을 것 (발제자) - 필자: 모성에 대한 정의는 첫 번째 발제 논문에는 정리가 되어 있으나 본 논문에서는 제시하지 못하였음. 이 부분은 이 논문의 한계라고 생각함. 그리고 모성 정의를 제시하지 않고 미혼모 양육권 문제를 이야기할 때 자주 “어머니가 반드시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거냐? 모성 신화를 강화하는거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음. ‘모성’은 임신과 출산의 경험을 통해 어머니가 되는 과정임, 이러한 생물학적 과정이 신성화되며 모성신화를 만들어 결혼 제도 안에서 어머니가 된 여성들을 억압한 측면은 그간 페미니즘 이론에서 충분히 비판해 왔음. 하지만 제도 밖의 모성 경험은 전혀 관심도 조망받지도 못했음. 결혼 제도 안에서 그리고 밖에서의 모성 경험은 어떠한지 모두 비판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는데 본 논문에서는 그간 결혼 제도 밖의 모성이 비판적으로 검토되지 못한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지 아이는 반드시 어머니가 키워야 한다는 모성신화를 주장하는 것이 아님. 토론 2: 입양’실천’에서 실체는 주체는 누구인가? (발제자) - 필자: 부르디외의 실천 이론을 가져왔음. 부르디외는 사회의 불평등이 재생산되는 기재로서 실천을 중요한 개념으로 보았음. 이때 실천은 제도적/사회적 층위의 거시적 실천에서 사회구성원으로 제도에 영향을 받고/주는 개인의 미시적 실천까지를 의미함. 이 논문에서도 가족제도/입양제도가 어떻게 비혼 임신과 출산에 영향을 주고 실천되었는지, 그 안에서 비혼 임신과 출산을 한 개인은 어떤 선택과 행위를 하였는지 본다는 측면에서 실천의 개념을 사용함. 토론 3: ‘어떤 점이 달랐다면’ 본 논문에서 주장하는 결과(입양)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었을지 궁금함 (참여자5) - 필자: 자본주의는 거대한 물결로서 피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함. 다만 자본주의 안에서도 ‘약자의 관점에서 또 피해자의 관점에서 보았다면, 조금은 달라진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을까’라고 답변하고 싶음.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미혼모로서 겪는 경험이나 고통은 달라짐. 영국이 미혼모 자녀 입양 중심에서 양육지원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추적한 <오십만명의 아기를 잃어버린 여성들> (미 번역서, 국내 출간 예정)에서 미혼모로서의 경험이 고통스러운 것에서 사회가 바뀌면서 그렇지 않은 임신과 출산 경험으로 변환되어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음. 또 다른 예로서 일본을 보면 일본도 자본주의를 채택한 국가이지만 입양제도와 문화가 다름. 일본의 입양제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 <트루 마더스> (원작 일본소설 <아침이 온다>)를 추천함. 일본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아이에게 입양 사실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함. 또 일본은 입양하면 입양부모가 친생모를 아이와 같이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함. 일본의 경우, 입양을 하는 자보다 아기를 포기해야 하는 친생부모의 입장과 친생무모와 헤어져야 하는 아기의 입장, 즉 입양으로 인해 상실/분리를 경험해야 하는 약자의 관점에서 봤기에 우리 사회와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 |
두 번째 세미나에서는 우생학의 근원지인 영국에서 우생학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와 대중, 여성들을 관리 했는지에 대한 책을 함께 읽습니다. < 11월 세미나 > ▶ 일정: 11월 23일 (토) 오후 4시, 성수일대 (세부 장소 미정) 1기 세미나는 2025년 4월까지 예정되어 있으며,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1회 참석도 가능합니다. 누구에게나 참여 기회가 활짝 열려 있으니, 세미나 신청 후 그 달의 읽을 도서/논문을 사전에 읽고 새롭게 알게 된 점,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점, 질문 등을 생각해오시면 된답니다! ▶ 제1기 세미나 개요 및 도서/논문 목록 확인하기 참고로, 12월 세미나(일정 미정)에서는 다음 2개 논문을 읽을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바쁜 시간에도 귀한 시간 내어 세미나에 참석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그럼 11월에 2차 세미나 후기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 참여자 후기 "오늘 너무 즐겁고 유익한…그리고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다음 달 세미나도 너무 기대가 됩니다. 열심히 책 읽고 공부하겠습니다.. 모든 분들…남은 주말도 즐겁게 보내세요^^" "주제와 관련한 고민들 나눌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였습니다. 발제 맡아주시고 준비해주신 선생님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주말되시길요~!!" "저도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고 과제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어요. 이런 뜻 깊은 모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미혼모에 대해 관점을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끊임없이 정상성으로의 포섭을 강요 당하는 사회에서, ‘약자’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