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22일, 온오프 9명이 모여 소현숙 선생님의 두 개의 논문을 읽고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논문 하나, "경계에 선 고아들 - 고아문제를 통해 본 일제시기 사회사업"(2007) ■ 주요 내용 ‘고아는 가족 및 친족 공동체가 해체되고 근대가족의 출현과 함께 새롭게 등장한 타자다. 이 논문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와 배제의 매커니즘”으로 작동한 사회복지가 고아를 대상으로 어떻게 전개되어 갔는지 살펴본다. 구한말 아동 인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일제시기에 접어들며 고아원 설립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난다. 1920년대 들어서 조선총독부가 ‘조선감화원령’을 공포(1923)하며 ‘일도일원주의’ 원칙 하에 감화원 시설을 확충한다. ‘어제의 부랑아’를 ‘오늘의 생산전의 첨병’으로 거듭나게 하는 정책 속에 국민과 비국민 사이의 경계에 놓여 있던 고아들은 ‘국민’으로 강제적으로 호명되는 폭력적 과정에 봉착하고 있었다. ▶ 생각 나누기 - ‘보호’, ‘교육’, ‘감화’ 대상으로 규정하고 고아를 시설에 수용한 논리는 미혼모를 ‘보호’라는 명목 하에 시설에 수용하고 갱생의 대상으로 규정했던 미혼모 대상의 사회복지 논리와 매우 유사하다. 과거 신문매체에 등장한 고아 담론을 보면 1970년대 이전까지 ‘고아’는 ‘부모 없는’, ‘의지할 데 없는’ ‘고향 없는’ 자로, 그 이후부터는 미혼모, 빈곤가정, 이혼가정의 자녀를 ‘고아’로 규정하는 점이 발견되는데 이 점은 흥미롭다. - 일제의 ‘일도일원주의’에 따라 만들어진 감화원 중 하나가 1941년 설립된 선감학원이다. 이곳은 아이들이 굶주림과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무려 4,700여 명이 사망에 이른 일명 ‘지옥’이었다. 한국 전쟁 후 사회복지 주요 분야에서 활동하던 김학묵, 백근칠이 선감학원과 관련된 사실은 놀랍다. 김학묵은 경기도 사회과에 근무하며 선감학원을 관리했고, 백근칠은 선감학원 원장 및 부원장을 지냈다. 수많은 아이들이 굶주리고 죽어 나갔을 때다. 하상락과 함께 이들 3인은 한국전쟁 후 미국 미네소타대학 사회사업학과에 유학하고 돌아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설립한다. 이후 김학묵은 보건사회부 차관으로, 백근칠은 한국사회봉사회를 설립한다. 1970년대 이후 미혼모를 보호 시설에 수용하고 그 자녀를 입양보내는 복지시스템을 만든 과정에 이들의 역할은 컸다. 이들이 선감학원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 종교, 특히 기독교에서 고아와 과부를 돌보라는 율법이 존재하지만, 실제로 구체적인 돌봄에 대한 실천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서에서도 가족 돌봄은 가부장적 공동체 안에서만 논의된 측면이 있다. - 이 논문은 푸코의 생명권력 개념을 이론적으로 연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국가관리체계 강화와 고아, 미혼모 모두 연결되어 있다. 국가는 끊임없이 소수자를 생산해야 하고 통치하는 방식으로 유지해왔다. 하지만 탈시설 논리가 ‘원가족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상적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결국 정상가족 프레임을 유지하기 위한 것은 아닌가 생각해야 한다. - 원가족에 대한 지원 없이 무조건 원가족 복귀 정책을 편다면 국가와 사회의 돌봄 책임을 가족에게 떠넘기는 것이 될 수 있다. 탈시설 논의는 원가족에 대한 지원 강화와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논문 둘, "가족 근대화의 모델 찾기에서 가족 '정상성'에 대한 성찰로"(2021) ■ 주요 내용 가족 연구 동향을 정리하고 가족사 연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논문이다. 1970년대까지 가족의 구조, 핵가족의 기능을 설명하는 연구가 주였다면 1980년대부터 맑시즘,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계급, 계층, 성별을 변수로 보는 연구가 등장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이론적이고 도식화된 측면이 있다. 1990년대 이후 일상, 규범에서 배제된 타자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었으며 구술생애사적, 미시사적 연구가 등장한다. 구조와 개인간의 상호작용, 행위성, 실천성, 전략 등을 살피며 정상가족 규범과 제도를 성찰적으로 보는 가족사 연구가 필요하다. ▶ 생각 나누기 - “가족은 국가로부터 분리된 공간이지만 끊임없이 국가의 부름을 받고, 복지에 대한 재정 부담을 지며 전통을 보존하고 되살려야 할 공간으로 명명되었다”는 주장의 연구나, “평생 돌봄 노동 수행하고 모성의 공백을 채웠으나 법적으로 누구의 어머니로 등재되지 못한 여성의 구술생애사를 통해 근대 핵가족의 비가시화된 ‘그림자 모성’ 연구” 등이 인상적이다. - 1970년대 활발하게 진행된 미혼모 예방과 미혼모 자녀 입양 정책은 경제개발을 위해 여성의 몸이 통제되고 가족이 활용된 측면으로 연구될 수 있을 거 같다. 예를 들면 앞서 언급했던 3인의 미국 유학생 중 한 명이었던 하상락 서울대 사회사업과 교수는 “미혼모 방지, 아동 가정위탁, 입양사업 사업 등은 가족계획 사업의 목적과 내용이 유사하므로 사회사업(사회복지)의 적극적 개입이 바람직하다”(동아일보1974.6.6.)고 주장하기도 했다. - 가족은 경제와 연결되어 있다. 성서에서도 내가 배당받은 땅이 다른 족속에게 가기 때문에 이방인과 결혼을 금지했다. 유가사상의 영향으로 조선시대 후기 여성의 재산권 축소는 여성의 지위에 영향을 주고 가부장제를 강화했다. - 여성학에서는 가족을 억압의 구조로 보고 탈가족화를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취약계층 가족과 마주하는 현장에서는 이 개념이 맞지 않는다고 느낀다. 예를 들어, 백인 여성 페미니즘에서는 가족이 억압적 구조로 인식되어 해방이 중요한 주제가 되지만, 흑인 여성 페미니즘에서는 오히려 가족이 가난한 여성에게 중요한 지지 기반이 된다. 이와 비슷하게, 취약계층 여성들에게 가족은 중요한 보호막이 되므로 탈가족화 논의를 단순히 적용하기 어렵다. 또한, 성소수자 등 다양한 주체들 역시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갖는다. 『가족신분사회』라는 책도 읽으면 좋을 거 같다. - 이 논문은 가족 개념의 확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탈가족 시선에서만 봤었는데 가족의 개념을 확장해서 내 주변의 지지체계를 가족으로 보면 굳이 탈가족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아까 언급된 이숙진 교수님의 “개신교의 정상가족 만들기” 논문도 읽어보면 좋겠다. '고아'와 '가족'에 대해 논의하며 미혼모 주제는 어느 지점과 연결될 수 있는지도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발제와 토론해주신 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함께 공부해서 즐겁고 감사했습니다. 다음 달에 또 만나요~ 미모연 세미나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참여비는 1회 5천원 (하나은행 563-910001-36804 미혼모 아카이빙과 권익옹호 연구소)입니다. ■ 3월 세미나 안내 소현숙 (2018), “전쟁고아들이 겪은 전후: 1950년대 전쟁고아 실태와 사회적 대책”, 『한국근현대사연구』84 이현정 (2020), “해외입양인 생모의 자녀양육 포기 경험을 통한 '정상'가족 제도와 사회 '인식'에 대한 연구”, 『가족과 문화』32(2): 31-76 ▶세미나 신청하러 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