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김재민
- 제목: 한국의 해외입양 정책 연구 - 국가기록물과 언론보도를 중심으로
- 유형: 박사학위 논문
- 발행연도: 2016
- 발행기관: 성공회대학교, 사회학과
■ 초록 이 연구는 해외입양의 정책 과정을 통해 국가가 해외입양인 만들기의 주요행위자였음을 밝히는 것이다. 해외입양의 변화과정에서 채택된 정책의 흐름들을 살펴보고 문제를 발견함으로써 국가의 통치원리가 소수자인권 친화적 정책으로 전환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은 정부수립 이후 20만명 이상의 아동을 해외로 송출한 역사를 갖고 있다. 국가는 민법에 규정되지 않은 입양을 가능케 할 수 있도록 법적 조치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었고, 이후 수차례 변화를 겪으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입양은 과거 가계계승 차원에서 이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아동의 인권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의 지배를 안정적으로 지속하기 위해 입양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입양은 요보호아동을 위한 복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입양 경향을 보면 표방한 목적과 달리 국가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함과 동시에 결함이 있는 존재를 해외로 송출하거나 표준적 질서로 포섭하기 위해 ‘정상’ 가족의 구성원으로 편입시키는 과정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외입양은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처한 아동을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혼혈아동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을 띠고 있었고, 이후에는 미혼모의 자녀와 이혼 또는 재혼으로 만들어진 ‘비정상적’ 가족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확대되어 왔다. 이런 사실을 보면 입양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국가가 추구하는 사회규범에 부합하지 않은 존재를 해결하는 방법이었다. 다시 말해 국가는 입양을 통해 요보호아동의 건전한 성장을 위한 책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르게 보면 입양은 국가의 효율적 통치를 위한 방식이었던 것이다.
한국의 해외입양 법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사회․경제적 조건과 사회인식의 변화에 따라 국가의 ‘소수자 만들기’를 분석하고자 하는 연구의 주요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초기의 해외입양은 전쟁으로 발생한 고아와 혼혈아동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긴급구호의 성격을 갖는가? 2. 산업화시기에 해외입양이 지속된 것을 개발도상국가의 아동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는가? 3. 국내입양 활성화 정책으로의 전환은 요보호아동 인권을 보장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선택된 것인가?
위 질문을 기초로 해외입양의 흐름을 3시기(형성-촉진-전환)로 구분하여 국가기록물과 언론보도를 중심으로 접근하였다. 해외입양의 합법적 절차를 마련한 최초의 법제도는 1961년 제정된 고아입양특례법이다. 고아입양특례법은 전쟁고아와 혼혈아동의 법적 근거를 규정하기 위한 제도였다. 그 후 해외입양절차를 보완하고 국내입양을 병행하기 위해 1975년에 고아입양특례법을 폐지하면서 새로운 입양특례법을 제정하였다. 이후 아동의 복지와 권익을 강화하고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에 기초하여 1995년과 2011년에 이 법을 전면 개정하였다. 크게 보면 과거에 가계계승 차원에서 입양이 이루어졌던 것과 비교해서 아동의 인권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입양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입양은 최후의 선택지로 남아있어야 하지만, 요보호아동 복지를 위해 우선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는 국가의 인식은 여전히 남아있다. 입양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국내입양 활성화로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은 요보호아동에 대한 보호를 해외입양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가의 입양정책은 좀 더 구체적으로 아동의 인권을 증진하는 방향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는 친생가족, 특히 미혼모 가족이 편견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입양은 아동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한국의 입양 역시 점진적으로 아동복리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입양구조는 여전히 아동이 친생가족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막는 인권침해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미담’을 확대재생산하는 도구로 입양을 활용으로써 인도적 구호의 방법이라는 담론을 강화하고 있다. 결국 입양은 국가에 의해 인간을 구별짓는 차별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소수자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즉 국가에 의해 선별된 존재가 해외입양의 대상이 되면서 소수자를 재생산하는 굴레인 것이다.
해외입양의 구조와 그 변화는 국가가 소수자를 적극적으로 생산하는 행위자였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연구는 해외입양이 사회문화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처한 친부모와 요보호아동의 복리를 위한 해결책이 결코 아님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해외입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부터 현재까지 국가는 스스로의 의무를 방기한 채 주요 역할을 민간영역에 떠넘김으로써 차별과 편견의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수많은 소수자를 양산하였다. 국가의 정치경제적 조건이 열악했던 시기에는 상황을 핑계로 자국민 보호라는 의무를 외면하였고, 저출산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현재에는 표준적 인간상을 벗어난 존재의 ‘버려짐’에 대해 책임을 다하지 않는 문제를 안고 있다. 해외입양이 변해온 흐름을 보면, 인권 인식이 성장함으로써 사회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여론을 변화·형성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토대로 국가정책을 재구성하는 발판을 만들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소수자인권 친화적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큰 틀에서의 국가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국가의 결속을 위해 기존 가치를 수호해야 하는 상황과 급속하게 변화하는 세계 질서 사이에서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본원칙이 필요하다. 국가의 강력한 통치 아래에서 사고하던 것과 달리 세계시민의 관점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급속히 변화해가고 있는 사회에서 무엇이 인권적 관점이고, 무엇이 아동과 친생부모에게 최선의 대안인가를 성찰해야 한다. 소수자는 국가 정책에 좌우될 수 있으며, 그 사회가 지향하는 이념에 따라 소수자를 포함하는 모든 인간의 동등성이 실현될 수 있다. 해외입양의 구조에서 볼 수 있듯이 소수자 인권의 전환을 위한 모색은 인도주의적 관점을 넘어 인권에 기초한 국가의 민주적 운영원리를 전제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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