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소영현
- 제목: 비장소의 쓰기-기록 ─ 해외입양인의 자전적 에세이를 중심으로
- 게재지: 『민족문화연구』 Vol.100: 183-210
- 발행연도: 2023
- 발행기관: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 초록 이 글에서는 케이티 로빈슨의 『커밍 홈』과 제인 정 트렌카의 『피의 언어』와 『덧없는 환상들』을 통해 성인이 된 해외입양인이 친생부모와 자신의 존재의 기원을 찾기 위해 한국으로 귀환한 경험을 담고 있는 기록들을 검토하였다. 해외입양인의 입양 경험과 귀환 여정을 기록한 이 글들을 비장소의 쓰기-기록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성인 해외입양인의 귀환 기록을 비장소의 쓰기-기록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해외입양인의 귀환 기록이 문화적 굴절이라고 해야 할 변형을 거친 기록임을 인식하는 일이며, 굴절 과정에서 기입된 폭력과 삭제된 감정들이나 침묵으로 삼켜진 목소리들을 복원할 수 있는가를 묻는 일이다. 이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순수-오염 식의 이분법적 복원의 논리에서 벗어나, 중첩된 굴절들이 끝내 복원될 수 없는 것으로 남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일이며, 그러한 한계 안에서 가능한 복원이란 비장소의 쓰기-기록을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임을 인정하는 일이다. 입양인의 입양과 귀향 경험이 비장소의 쓰기-기록이라면, 그에 대한 메타적 작업 또한 비장소의 쓰기-기록이라는 점에서, 이 글 자체를 비장소의 쓰기-기록에 대한 수행적 쓰기-기록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끝나지 않고 반복되는 점근적 번역 작업인 이 비장소에 다가가고자 하는 쓰기-기록 작업은 비장소의 실체를 밝혀주지는 않지만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거나 대안적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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