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공임순
- 제목: 김학묵이라는 에이전시 - 서울대학교 사회사업학과 신설을 둘러싼미국 발 원조의 회로
- 게재지: 『한국학연구소』 Vol.47: 239-278
- 발행연도: 2017
- 발행기관: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 초록 이 글은 김학묵을 매개로 한 서울대학교 사회사업학과 신설을 미국 발 원조의 회로에 기대어 논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이 글이 다루고자 하는 대상은 스탠퍼드대 후버아카이브에 소장된 아시아재단 컬렉션의 일부인 이른바 ‘김학묵’ 파일이다. 2010년에 이르러서야 일반에게 공개되기 시작한 아시아재단 컬렉션은 한국전쟁을 거치며 본격화된 미국 발 원조의 회로를 이해하고 규명할 단서를 제공한다. 박동찬의 논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군사적 목적에 입각한 비대칭적인 원조 체계는 대한민국의 탈(脫)식민 국가 기획과 맞물린 여타 분야의 소외와 지체를 낳았고, 이것은 적어도 한국전쟁 전까지 해소되지 않았다. 특히 탈(脫)식민 국가 기획의 장기적인 비전과 직결된 교육과 문화 부문에 대한 상대적인 인식 부재와 외면은 많은 문화·지식인들의 북한행 엑서더스로 귀결됨으로써 이러한 비대칭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전쟁은 이러한 비대칭적 원조 체계를 전적으로 해소시키지는 못했다고 할지라도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교육과 문화 부문의 원조 체계를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 일련의 흐름 속에 이른바 ‘김학묵’ 파일도 자리하고 있다 할 것이다.
이른바 ‘김학묵’ 파일은 스탠퍼드대 후버아카이브의 아시아재단 컬렉션 중 Korea Individuals, Kim Hak Mook(Social Work), Box P-59로 철해진 서류(문서)철을 가리킨다. 이 파일의 존재는 필자가 서울대학교 현 사회복지학과(이전 사회사업학과) 홈페이지와 학과사무실 문의 및 창과 50주년을 맞아 편한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50년사』를 두루 살펴본 결과 존 키드나이(John C. Kidneigh) 보고서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언급을 찾지 못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한국에서 처음 소개되는 자료가 아닐까 싶다. 이른바 ‘김학묵’ 파일은 1954년 미국의 공적 원조에 힘입어 추진된 서울대학교의 ‘미네소타 프로젝트’와 별개의 원조 회로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카바(KAVA:외국민간원조단체연합회)의 민간원조는 당면한 필요에 치중된 응용학문 중심의 공적 원조를 보완하고 대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서울대학교의 사회사업학과 신설은 바로 이 카바 소속의 유니테리언봉사회의 주도 아래 한미재단의 재정 지원이 결합되어 유럽을 비롯해 여타 아시아 신생국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소위 최고학부의 공식 학과로 자리잡게 되는 지역적 냉전의 특수성을 드러내게 된다. 서울대학교의 사회사업학과가 신설되기까지 유니테리언봉사회(USC)-한미재단(AKF)-미네소타대학-아시아재단의 제반 민간원조기구들과 존 키드나이-헬렌 포그-커티스 히치콕-이선근-박술음-최규남-데이비드 스타인버그-김학묵-하상락-백근칠은 미국 발 원조의 에이전시들로 기능하며, 한국사회가 피(被)원조사회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했다. 여기에 서울대학교의 사회사업학과 창립 주역이기도 한 김학묵이라는 특정 개인의 행적은 식민지시기부터 미군정 및 대한민국정부 수립 이후로 이어진 한국사회의 관료 시스템을 또한 예시하고 있으며, 한국사회의 학제와 행정 및 전문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와 사회사업(복지)이 맞물린 냉전문화와 지식의 순환과 유통의 양상을 재성찰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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