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차희정
- 제목: 미혼모 유령과 사라지는 아이들 - 수잔 힐의 고딕유령소설 『검은 옷을 입은 여자』
- 게재지: 『영미문학페미니즘』 Vol.24(2): 221-244
- 발행연도: 2016
- 발행기관: 한국영미문학페미니즘학회
■ 서문 요약 이 논문에서는 영국작가 수잔 힐(Susan Hill, 1942~)의 스테디셀러 고딕유령소설 『검은 옷을 입은 여자』(The Woman in Black, 1983)를 사회사적 관점에서 읽고자 한다. 비록 소설의 배경은 에드워드 시대(Edwardian era, 1901-1910)의 대도시 문명과 동떨어진 외딴 마을이지만, 소설을 지배하고 있는 공포가 급격한 변화의 시기이자 철의 여인(Iron Lady)이라 불린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 1925-2013) 총리의 영국사회가 1980년대 직면한 불안감과 도덕적 딜레마를 보여주고 있다.
<중략>
비평가 발 스컬리온(Val Scullion)은 1980년대 초반 논의되었던 “가족의 정의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담론들”을 살펴보면서, 힐의 소설이 “모성애와 양육에 대해 철저하게 탐구”할뿐 아니라 “1980년대 모성애를 이상화하는 기만적인 신화들”을 도전적으로 해체하고 있다(292)고 주장한다. 소설은 작가의 자서전적인 경험을 넘어서 모성 본능과 강요된 책임감에서 비롯된 1980년대 영국여성들의 “집단적 꿈, 공포, 불안감”(293)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비평가들은 작가의 트라우마적 경험, 즉 조산으로 태어난 아이를 잃은 경험이 소설 속 미혼모가 아이를 잃은 상황 속에 투영되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작가가 “자신의 경험과 소설의 주제와는 어떤 연관성도 없다.”(Rustin)고 밝힌 점을 고려하여, 이 논문에서는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 경험에 한정하지 않고, 1980년대 사회사적 관점에서 힐의 소설에 등장하는 아이를 빼앗긴 어머니의 절망적 분노와 무자비한 복수의 화신으로서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내포하는 다중적 의미를 탐구하면서 무시무시한 모성과 좌절된 이성적 남성성 그리고 공동체의 도덕적 침묵에 집중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