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황은덕
- 제목: 입양인 디아스포라와 친생모의 서사 - 『누군가의 딸』을 중심으로
- 게재지: 『새한영어영문학』 Vol.54(3): 123-146
- 발행연도: 2012
- 발행기관: 새한영어영문학회
■ 서문 요약 본 논문은 그동안 입양 서사연구에서 주로 다루어져온 자서전이 아니라 비입양인 소설가가 집필한 『누군가의 딸』(Somebody’s Daughter, 2005)을 분석의 텍스트로 삼고자 한다. 이 소설은 한국을 방문 중인 입양인 디아스포라 사라(Sarah Ruth Thorson)와 그 녀의 친생모인 경숙(Kyung-sook)의 서사가 병렬적으로 펼쳐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누군가의 딸』이 갖는 미덕중의 하나는 그동안 입양담론에서조차 주목받지 못하고 소외된 친생모의 서사가 소설의 절반을 차지하며 비중 있게 다루어진다는 점이다. 입양인의 경우와는 달리 친생모에 의한 자서전이나 저술은 찾아 볼 수 없는 현실적 여건 속에서 소설에 나타난 친생모의 서사는 입양 서사연구의 빈자리를 메우는 중요한 자료라고 간주 된다. 입양 삼자(adoption triad) 즉 입양아, 입양부모, 친생부모 중에서 가장 주변화되고 침묵해온 친생모의 삶이 『누군가의 딸』에서는 서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언어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딸』의 기저에 흐르는 암묵적 가정 중의 하나는 국가간 입양이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법칙에 의해 이루어진 거래이며, 입양아는 하나의 상품이자 수출품이라는 사실이다. 소설의 첫 장면에는 88서울올림픽을 개최한 한국이 만여 명 이상의 아기들을 ‘수출품’으로 해외로 내보냄으로써 국가재정을 튼튼히 했다는 사실이 소개된다(2). 또한 소설 곳곳에서 사라의 이름은 “구매용 아이”(child-for-purchase)(27; 71), “수출된 아이”(exported child)(27), “구입용 아이”(child to buy)(248) 등으로 풀이됨으로써 국가 간 입양이 단순히 휴머니즘에 입각한 자애로운 행위가 아니라, 돈 문제에 입각한 사업이라는 사실이 암시된다. 본 논문은 한국사회의 가부장제와 미국사회에 팽배한 인종주의 및 오리엔탈리즘을 분석함으로써 가장 폭력적인 형태의 디아스포라라고 할 수 있는 입양인 디아스포라가 발생하게 된 배경과 전개과정을 밝히고, 이러한 현상에 수반된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당면 과제들에 대해 숙고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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