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염운옥
- 제목: 우생학과 여성 - 골턴, 피어슨, 살리비를 중심으로
- 게재지: 『영국연구』 Vol.13: 89-117
- 발행연도: 2005
- 발행기관: 영국사학회
■ 서문 일부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전반기는 영국의 우생학사에 대한 풍부한 연구성과가 축적된 시기였다. 1970년 파렐의 선구적인 연구가 나온 이래, 매켄지와 케블즈의 연구를 통해 우생학적 동기가 통계학과 유전학의 혁신을 촉진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우생학을 나치의 인종위생학을 낳은 사이비 과학으로 매도하는 시각에는 커다란 변화가 초래되었다. 또한 우생학과 사회 위생의 관계, 우생학 운동의 중간계급적 기반과 정치의 관계, 우생학의 계급 차별적 성격 등이 분석되면서 우생학 운동을 영국 사회의 다양한 개혁운동의 맥락에서 해석하려는 연구가 이어졌다.
과학사 및 사회사상사, 젠더사의 시각에서 우생학사를 조명하려는 연구는 1990년대 들어서서 시작된 새로운 연구 경향이며 현재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연구 경향에서는 우생학 운동에 여성들의 참여가 높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1907년에 설립된 우생교육협회(Eugenics Education Society)의 회원명단에는 경제학자 케인즈(M. Keynes), 성과학자 하벨록 엘리스(Havelock Ellis), 정치가 네빌 쳄벌레인(Nevil Chamberain), 작가 버나드 쇼(Bernard Shaw), 세인트 폴 대성당 주교 윌리엄 잉그(William Inge) 등 많은 남성 유명인의 이름이 올라 있었으나 기금을 모금하고 강연을 조직하는 등 실제 조직의 운영에서는 여성들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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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페미니스트들이 어떻게 우생학을 전유하거나 부정했는가를 고찰하기에 앞서 우선 우생학이 어떻게 여성을 전유하였는가, 그 논리는 무엇이며 한계는 무엇이었는가를 면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우생학이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열등성을 강조하는 빅토리아 시대의 과학과 다른 점은 유전과 생물의 진화에서 여성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인정했다는 것이며, 바로 이 지점에서 여성들의 관심과 우생학은 만날 수 있었다. 본고에서는 우생학의 창시자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과 그의 제자 칼 피어슨(Karl Pearson), 우생학 선전가 캘립 윌리엄즈 살리비(Caleb Williams Saleeby), 세 사람을 중심으로 우생학이 어떤 방식으로 여성을 전유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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