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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wed Mothers Initiative for Archiving & Advoc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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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제1기 세미나 3차 모임 후기2024-12-25 15:46
작성자 Level 10


지난 12월 21일 미혼모 아카이빙과 권익옹호 연구소 (이하 미모연)은 3차 세미나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김은경(2024), “가족하기(doing)와 허물기(undoing): 냉전사적 사건으로서 혼혈인의 미국이주와 초국적 가족형성, 수행적 가족 실천”을 함께 읽었습니다. 리더(발제자)는 논문 내용과 소감을 발표하는데 이번에 리더를 맡으신 선생님의 발제문 소감을 공유합니다. 

■ 발제자 후기 

1) 혼혈아동의 국제입양을 냉전이라는 시대적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매우 흥미롭다. 유리 둘란이나 아리사 오 등 재외 한국학 학자들은 2차 세계대전 직후의 냉전정치라는 맥락에서 미국이라는 냉전 기획자를 염두에 두어 혼혈아동 입양문제를 분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우 앞선 연구를 보여주었다. 본 논문을 통해 혼혈입양인 연구야말로 일국적 시야를 넘어설 필요성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2) 한국문학 연구자로서 이 논문을 읽으며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 많았다. 기지촌에서 여성들이 가족과 성매매 여성들과 함께 혼혈아동을 키웠다는 사실은 몇몇 한국문학 작품에 나오는데, 이는 이들의 입양을 강제 분리와 추방으로 볼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다. 한편, 최정희 소설에는 미군과 결혼한 한국 여성이 남편이 본국으로 귀대 후 한국에 남아 있다가 자녀(토니)를 영아원에 버리고 자살을 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 논문을 통해 자살의 구체적인 세부 이유를 알 수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미군이 한국 아내와 귀국을 원했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허락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한국 여성의 미국행이 지연되었으리라는 점을 추정할 수 있었다.

3) 국제입양 붐이 일어나던 당대 미국 사회에 대한 전경화가 부족한 것은 아쉽다. 미국인은 왜 국제입양을 원했는가? 홀트와 같은 애국적 종교인의 욕구도 중요하지만 미국 사회가 혼혈아동 입양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서는 맥락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라이프> 등 언론이 아시아의 혼혈아동 입양을 바라보는 시선을 어떻게 만들어갔는지, 펄벅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개입되어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입양이야말로 냉전의 가부장제라는 맥락에 대한 고찰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4) 구술자들의 가족하기와 가족 허물기라는 행위의 정치성이 잘 드러나지 않아 아쉬웠다. 혼혈입양인의 가족 찾기를 ‘원본이 없는 패러디적 수행’으로 보고, 새로운 가족을 구축해 가는 과정으로 해석하는 이 논문의 시선은 새롭고 흥미롭지만 구술자의 목소리나 구체적 사례가 이론에 좀 더 압도된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5) 입양을 둘러싼 고통과 상처, 아픔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혼혈 입양인의 고통에 좀 더 천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이를 빼앗긴 한국인 엄마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혼혈 입양인을 가부장적 냉전주의로 인한 아이와 엄마 모두의 삶에 발생한 손상으로 읽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 참여자 생각 나누기

- 혼혈 아동 입양을 냉전사적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냉전사는 대략 1945-1991년까지 거의 50년 이상 지속된 역사인데 그 시기를 단일한 시기로 본다면 왜 국제입양이 혼혈 아동에서 미혼모 아동으로 전환되었는지 설명할 수 없다. 또한 냉전사적 맥락을 강조한 나머지 전후 미국의 고아구원의 정서와 한국의 젠더화된 민족주의와 가부장제의 만남 등의 맥락은 다소 축소된 거 같아 아쉽다.

- 혼혈아동의 국제입양을 ‘초국적 가족’, ‘다문화주의’로 설명하는 것에 아쉽다. 이들은 모국의 삶과 문화와 단절/거부된 존재다. 모계 혈통을 부정 당하고, 부계 인종 사회로 이식된 이들을 ‘초국적’ 가족의 형성 또는 ‘다문화주의’로 설명하는 것은 계급적/인종적 차별을 은폐하는 측면이 있다. 오히려 저자가 정동적 요인으로 주목한 ‘고통’을 좀 더 주의깊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영유아기 시절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1950년대 입양된 혼혈아동과 결혼 전까지 원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살다 1970년대 결혼 이주한 혼혈 성인을 같은 맥락에서 분석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 1950-1960년대 입양간 높은 연령대의 입양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구술사 인터뷰를 통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 전체적으로 논문의 주장이 선명하고 간결해서 좋았으나 논의를 다소 평평하게 만들어 입체적인 이해에는 한계가 있었다.

- 입양인들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논문에도 역시 살아남은 사람들의 목소리만 담긴 게 아닐까. 어떤 방식으로든 생존했기에, 과거를 실제 현실보다 조금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질문들이 있었는데 “입양인의 뿌리찾기 어떻게 봐야할까”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참여자 (1) “입양인에게 뿌리 찾기는 부계혈통을 거슬러 올라가는 그런 계보를 그리는 문제는 아닌 거 같다. 나라는 사람이 존재하게 된 이야기와 나를 둘러싼 서사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정체성의 중요한 요소다. 입양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잃어버린 것은 부모인데 찾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뿌리 찾기는 부모와 조상이 누구냐가 아니라 ‘나’는 누구냐에 대한 질문이다.” 

참여자 (2) “집 근처에서 우연히 입양부모와 입양인 관련 방송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입양된 아이가 그린 그림을 심리학자들이 분석했는데, 아이가 부모로부터 태어난 것이 아니라 “서랍에서 꺼내진 것 같은 정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자아를 구성하고 정체성을 만들어가는데, 출생 과정이 빠지면 무언가 결여되고, 어디선가 뚝 떨어진 느낌을 받게 되는 것 같다.  

논문 한 편은 우리에게 많은 통찰과 이야깃거리를 던져 주었고 그리고 후속 연구에 대한 상상까지 할 수 있는 동기가 되었습니다. 공부를 잘 했다는 뿌듯함을 가지고 근처 음식점에서 식사를 함께 하며 조촐한 송년회 시간도 가졌습니다. 모두 편안한 연말연시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럼 2025년 1월은 쉬어 가고 2월에 다시 세미나를 시작합니다

■ 2025년 2월 세미나 안내 
- 일정: 2월 22일 (토), 오전 11시
- 장소: 럭키소호 (을지로 3가역 12번 출구) https://naver.me/xoH8cng0
- 읽을 논문 :
1) 소현숙(2007), "경계에 선 고아들-고아문제를 통해 본 일제시기 사회사업"
2) 소현숙(2021), "가족 근대화의 모델 찾기에서 가족 '정상성'에 대한 성찰로"

1기 세미나는 2025년 4월까지 예정되어 있으며,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1회 참석도 가능합니다.
* 참여비: 1회 5천원 (하나은행 563-910001-36804 미혼모 아카이빙과 권익옹호 연구소)

누구에게나 참여 기회가 활짝 열려 있으니, 세미나 신청 후 그 달의 읽을 도서/논문을 사전에 읽고 새롭게 알게 된 점,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점, 질문 등을 생각해오시면 된답니다! 
 

▶ 제1기 세미나 신청하러 가기

바쁜 시간에도 귀한 시간 내어 세미나에 참석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그럼 내년 2월에 4차 세미나 후기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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