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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제1기 세미나 2차 모임 후기2024-11-28 21:59
작성자 Level 10

지난 11월 23일 미혼모 아카이빙과 권익옹호 연구소 (이하 미모연)은 2차 세미나 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번에 함께 읽은 책은 염운옥 저 『생명에도 계급이 있는가: 유전자 정치와 영국의 우생학』입니다. 

■ 책 후기

생물학적 진화와 문명의 진보가 뒤섞인 빅토리아 시대가 저물어가는 19세기 말, 과학에 대한 무조건적 숭배와 우수 인종에 대한 끝없는 열망 속에 우생학이 탄생했습니다. 

우생학이 제국주의와 만나며 인류에게 비극적 역사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제국주의 폐망과 나치 전범 재판과 함께 우생학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우생학의 탄생지 영국에서 우생학이 어떻게 변주하는지 추적합니다.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보면 우리는 1920년대와 1930년대 특징적 변화와 마주하게 됩니다. 

20세기에 접어들며 영국은 대량생산으로 인한 소득 증대로 가난한 사람들도 차를 마시게 되었고, 가정용 전기 보급 확산으로 더이상 화롯불 옆에서 잠을 자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1908년 ‘모범가정전시회’(Ideal Home Exhibition) 가 열리기 시작했는데 1930년대 이 전시에는 가정용 가전제품이 주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이 무렵 뜨거웠던 여성 참정권 운동의 주역들인 서프라제트와 그 딸들은 모성주의 페미니스트가 되어 “여성주의 운동의 주체는 기혼여성”이라는 선언을 하는가 하면 기존의 ‘모성수당’을 ‘가족수당’으로 대체하고, 혼전의 성을 문제시합니다. 한편 우생학협회는 “우생학이 결혼과 생식의 원리로 작동할 것”을 주장하고, ‘모범가정전시회’에 참여해 “신중한 결혼으로 건강한 국민을!”이란 슬로건을 외칩니다.

1930년대 유독 결혼과 가정에 관한 담론이 풍성해지며 <결혼상담협의회>, <결혼지도소위원회> 등도 설치됩니다. 바야흐로 우생은 ‘위생’으로, 성은 ‘보건’으로, 모성은 ‘가족’으로 대체되며 푸코가 말한 성과 사랑이 몽땅 결혼과 가족 안에 포섭되는 근대 가족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우생학이 있었습니다. 

읽기 쉽지 않았던 책이지만 세미나에 참여하신 분들과 함께 많은 생각들을 나누었습니다. 

■ 참여자 생각 나누기 

- 시대적 맥락에서 우생학이 무엇과 결합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최근에는 보호출산제가 시행되었는데, 국가가 ‘보호’한다는 생명이 무엇인가 질문하게 된다.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에 따르면 생명은 자연적 생명 (Zoe)이면서 또 문화적이고 실존적인 (Bios)이기도 하다. 생명이 자본의 논리에 복속된 이론과 사상 너머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 우생학과 페미니즘이 비록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필요에 따로 서로 연대 혹은 연합했다는 분석은 낯선 것이어서 흥미로웠다. 한국문학에서 우생학 페미니즘이라고 할 만한 작품들이 떠올랐다. 무엇보다 그간 모성을 내세워 여성의 국민으로서의 위치를 획득하고자 한 여성운동을 부르주아적 여권운동이라는 말로 퉁치고 깊이 들어가지를 않았다는 자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진보적 여성운동이 등장하는 1980년대까지, 아니 그 이후까지도 여성운동의 중심을 차지했던 것이 ‘가족법’을 중심으로 여성의 권리를 증진하려는 흐름이었기에 더욱 문제적이라고 여겨졌다. 이러한 여성운동이 가부장적 정상가족 담론에 힘을 실어주며 여성의 인간이자 개인으로서의 권리를 제약했기 때문이다. 조앤 스콧이 페미니즘의 역설에서 재생산을 통해 국가에게 권리를 얻어 내려하면서 모성에 고착되어버린 여성들의 함정을 얘기했던 것이 떠오르기도 했다.

- 우생학에서 양육중시론의 팽창은 ‘입양’을 정당화한 요소가 있을 것 같다고 지적한 참여자분의 추론은 맞다. 1930년대 입양모와 친생모의 구도에서 생물학적인 것보다 양육이 강조되며 입양모가 더 우월하다는 담론이 등장한다. * 참조 Julie Berebitsky (2000) Like Our Very Own: Adoption and the Changing of Culture of Motherhood, 1851-1950)

-임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담은 <딜리버리>와 10대 임신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최소한의 선택>이란 영화도 추천하고 싶다. 

- 현대사회는 ‘다양성’, ‘개인화’라는 이름 아래 선과 악의 이분법이 흐려진 것 같다. 우생학이 그저 ‘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삶 속에 내재화된 가치임을 깨달았다. 앞으로 사회 문제를 바라볼 때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야 좋을지 고민이 많아지는 시간이었다.  

■ 12월 세미나 안내

- 일정: 12월 21일 (토), 오전 11시
- 장소: 공간아늑 (충무로 역 1번 출구) https://naver.me/xl0iK4yL
- 읽을 논문 : 김은경(2024), 가족하기와 허물기: 냉전사적 사건으로서 혼혈인의 미국이주와 초국적 가족형성, 수행적 가족 실천

세미나 후 연말 식사 모임 장소로 이동합니다.

1기 세미나는 2025년 4월까지 예정되어 있으며,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1회 참석도 가능합니다. 

참여비: 1회 5천원 (하나은행 563-910001-36804 미혼모 아카이빙과 권익옹호 연구소)

누구에게나 참여 기회가 활짝 열려 있으니, 세미나 신청 후 그 달의 읽을 도서/논문을 사전에 읽고 새롭게 알게 된 점,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점, 질문 등을 생각해오시면 된답니다! 

 ▶ 제1기 세미나 신청하러 가기

바쁜 시간에도 귀한 시간 내어 세미나에 참석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그럼 12월에 3차 세미나 후기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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