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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미모연 단상] 세대를 가로지르는 입양의 유산2025-04-11 20:42
작성자 Level 10
미국 미혼모 역사를 다룬 책 <아기 퍼가기 시대>(2019)를 보면 미혼 임신에 대한 낙인으로 아기를 포기하고 입양보낸 프리실라의 증언이 있다. 그녀는 입양으로 딸을 잃었으나 그 상실의 결과는 수세대를 거쳐 지속됨을 슬퍼했다.
“딸을 잃어버린 것은 수십 년이 지나도 슬픔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딸이 낳은 아기, 그 아기가 낳을 아기들을 모두 잃어버린 것도 슬프다. 나는 딸의 엄마도, 딸이 낳은 아기의 할머니도, 그 아기가 낳은 아기의 증조할머니도 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어제(4월 10일) 진실화해위원회 입양인 인권침해 조사 결과를 비판하는 입양 연대 단체집회가 있었다. 한 입양인의 딸(마이테 마윰 자놀랭)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입양으로 인한 상실은 단 한 세대에 끝나지 않음을 다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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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입양인 2세대에 속합니다. 침묵, 잘못된 정보, 거짓말, 불확실성, 알지 못하는 과거를 물려받은 세대입니다. 도처에 많은 입양인들이 있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입양인도 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입양인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로 고군분투하며 홀로 트라우마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과거를 완전히 외면하고 입양 공동체와 거리를 두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가정을 꾸리고 과거를 뒤로 하고 살아갔습니다. 제 어머니도 그중 한 분입니다. 어머니는 한국의 친부모를 찾지 않으셨고, 평생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외면하셨습니다. 집에서는 그 이야기를 거의 꺼내지 않았습니다. 너무 민감하고 고통스러운 주제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2018년, 저는 홀트 입양 사후 관리 센터에 가서 엄마의 기록에 대해 문의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입양인이 아니었기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습니다. 입양 기록을 찾는 일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산 넘어 산이고 거짓말로 가득 찬 그 여정을 시작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장벽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중 일부는 계속 찾아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저는 비록 어머니처럼 입양과 유기의 트라우마를 겪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질문과 가족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싶은 열망, 그리고 우리에게서 빼앗긴 것에 대한 슬픔을 안고 있습니다.
입양인 자녀인 우리는 친생부모 정보에 접근할 법적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만약 제 어머니가 할머니와 연락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저도 할머니와 접촉할 법적 권리를 박탈당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발언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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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6일 진화위 조사 결과 발표장에서 박선영 위원장은 “지나간 아픔”, “과거의 일”이라는 언급을 했었다. 이에 국내입양인연대 민영창 씨는 “이게 왜 과거의 일이냐”며 반론을 제기했다. 입양으로 인한 상실과 이산은 세대를 거쳐 계속되는 슬픈 유산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조사에 무거운 책임을 느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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