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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아버지를 찾아라! 영아 살해와 소환되지 않는 공범들, 그 많던 아버지는 어디로 갔을까?2024-08-03 23:37
작성자 Level 10

[연재]진화는 계속 된다_ , 사랑, 가족 | 2

 

아버지를 찾아라! 영아 살해와 소환되지 않는 공범들, 그 많던 아버지는 어디로 갔을까?

 

"여자랑 연애하고, 임신하게 하고, 아이를 낳게 하고,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우거나 말거나 나 몰라라 사라져도 된다고 생각하는 남자들, 정말 어처구니없다!"

 

이는 영국 하원의원을 지낸 데이비드 데이비스(David Davis)가 한 말이다. 이어서 그는 "정말 충격적이다. 장관들은 무책임한 아버지들을 붙잡아 끌고 가 일을 시키고, 필요하다면 쇠사슬에 묶어 일을 시키고, 자신으로 인해 세상에 나온 아이들을 키우는데 사회가 지불한 비용을 갚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의원의 발언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31113<가디언>(The Guardian) 오피니언에 소개되었다. 그의 말이 과격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1576년 제정된 영국 빈민법은 실제 그렇게 하도록 강제했다. 가령 부양 의무를 지지 않는 친부에게 태형을 내렸다.

 

이 칼럼을 쓴 필자 앨리 포그(Alley Fogg)"자녀를 부양할 경제적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기적이거나 악의적 이유로 자녀를 부양하지 않는 아버지들에 대해서는 데이비드 데이비스 의원의 주장에 동참할 의사가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남성에게 "육체적, 정서적, 심리적으로 자녀 양육과 돌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지 않고 경제적 부양 의무만을 강제하는 것은 '남성=생계부양자, 여성=양육자'를 전제하는 가부장적 가족 모델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아기 양육에 필요한 모든 측면에 친부와 친모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한 해 우리 사회에 드러난 미등록 아기의 사망 사건은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하고 절망하게 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아기의 생살여탈의 권리가 마치 아기 어머니에게만 있는 양 "생후 6일 된 아기 유기한 친모", "출산한 딸 암매장한 친모", "인터넷에서 알게 된 사람에게 아기 넘긴 친모" 등 거의 모든 기사는 친모를 아기 사망과 연루된 유일한 책임자로 또 범인으로 특정하고 있었다.

 

이 비극적 사건을 보도하는 기사에서 아기를 세상에 나오게 하고 그 아기가 잘 자라도록 돌봐야 할 똑같은 몫의 책임을 지고 있는 친부의 존재는 어디에도 드러나지 않는다. 공범의 존재를 지우는 것은 범인 은닉죄에 해당한다. 따라서 친부의 존재를 주목하지 않음으로써 언제나 그들을 안전한 곳으로 도피시키는 언론 매체 역시 유죄다.

 

뱃속에서 열 달을 키우며 아기에게 생명을 준 친모가 그 아기를 제 손으로 던지거나, 암매장하거나, 유기하며 숨통을 끊을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도록 친부는 무엇을 했을까. 16세기 영국이었다면 마을 공동체는 친부를 기어코 찾아내 태형에 처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그렇게 할 수는 없을지라도 언론은 적어도 살해당하는 아기 뒤에는 친모뿐 아니라, 친부 그리고 지역 공동체와 최종적으로는 국가가 있음을 상기시킬 수 있는 단 한 줄이라도 기사에 언급해주었으면 한다. 한 아기의 양육과 성장에 연결된 이 연결 고리에 대한 인지 없이는 아기 학대, 영아 살해 문제 해결의 길은 진정 멀 것이다.

 

가족은 다양해지고 있다. 누구나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에 이견은 없다. 하지만 결혼한 부부에게만 아이 양육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아이의 탄생에는 언제나 생물학적 어머니와 아버지가 존재한다. 이들이 아이에 대해 갖는 책임과 의무 그리고 권한은 언제나 동등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이들이 책임과 의무를 수행하지 않거나 못할 때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가와 사회는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2023년 우리 사회는 이들이 책임을 수행하며 아기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돕기는커녕 산모로 하여금 합법적으로 아기를 유기하도록 '보호출산제'를 통과시켰다. 슬픈 일이다.


 영화 스크랩퍼.jpg

영화 <스크래퍼>, 스크래퍼

 

'보호출산제'가 통과되었던 같은 해 개봉한 영화 <스크래퍼>는 젊은 철부지 아버지를 양육의 현장으로 소환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의원이 말한 것처럼, 영화 속 아버지는 "연애를 했고, 아이를 낳게 했고, 그리고 사라졌다." 어머니가 사망한 자리에 양육자로 돌아온 영화 속 젊은 아버지는 서툴지만 천천히 양육자로서 아이와 연결되어가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났다.

 

2024년 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해피 엔딩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아동 학대와 영아 살해와 같은 가슴 아픈 사건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 그러나 혹여 만에 하나 또 발생할 경우 "친모"에게만 비난의 손가락질을 하고, 책임을 묻고, 범인으로 몰아가지 않기를, 그리고 아이의 양육과 성장에 책임을 져야 할 더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상기시키고 그들을 아기 양육의 현장으로 소환하기를 바란다.

 

이 컬럼은 2024.01.02 오마이뉴스에 게재된 기사를 편집한 것입니다.

아버지를 찾아라! 영아 살해와 소환되지 않는 공범들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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