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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알 권리'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2025-03-18 22:27
작성자 Level 10

여성신문 [여성논단] 게재 칼럼

일자: 2025.3.18
[여성논단] '알 권리'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19861223일 출생으로 추정되는 갓난 아기가 전북 익산시(당시 이리) 소재 보육원에 들어왔다. 크리스마스 무렵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아기에게는 장성탄이란 이름이 주어졌다. 그리고 이듬해 4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프랑스로 입양 보내졌다. 이후 학교를 다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평범한 일상을 살았다. 그런데 작년 치명적 불면증(Fatal Insomnia)이 발병했다. 가족력이 확인되어야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고 치료 및 정부 지원 요청도 가능하기에 아동권리보장원에 친생부모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정보공개 여부는 입양특례법 363항에 따른다. 해당법은 "친생부모가 사망이나 그 밖의 사유로 동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양자가 된 사람의 의료상 목적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친생부모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입양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친모가 우편물을 수령 했으나 동의 여부를 표시하지 않고 있어 "친생부모가 사망하거나 그 밖의 사유로 동의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므로 해당 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치명적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입양인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의료상 목적"을 더 비중있게 해석하여 입양정보 공개에 협조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한 법률 전문가는 이 법의 모호성을 지적하며 하부 법령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필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장성탄에게는 시간이 없다.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입양정보 공개를 요청했을 당시만 해도 의사소통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가끔 코마 상태에 빠지며 환각과 망상 등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전쟁 후 우리나라는 굶는 아이들, 버려지는 아이들을 살리겠다고 수십 만 명 넘게 입양 보냈다. 살리겠다고 보낸 아이가 마흔도 안 되어 생사를 넘나들고 있다. 그런데 아동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기관이 법 조항을 내세우며 시간만 끌고 있다. "아동의 권익과 복지를 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입양특례법 1조가 무색하다. 

지난 12일 몽테뉴해외입양연대, 베델선생기념사업회, 아동권리연대, 미혼모 아카이빙과 권익옹호 연구소, FpFlorea, 부정부패추방실천시민회 등이 연대하여 아동권리보장원 앞에서 해외 입양인의 생명권 보장 촉구 집회를 열었다. 장성탄을 위해 그리고 수많은 미래의 장성탄을 위해 부디 입양인의 친생부모 알권리가 널리 보장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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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이후 휴머니즘의 유행으로 서구 유럽에서는 동양 아이 하나쯤 입양하는 것은 선행이자 중산층의 표식이었다. 1970년대까지 해외 입양 억제 정책을 펴던 우리 정부는 한국 아기 선호로 미국과 유럽에서의 입양 요청이 쇄도하자 1982년 해외입양을 전면 개방했다. 해외 입양 수수료도 5천불까지 치솟았다. 80년대 국민 1인당 소득은 약 1,900불에서 2,900불 사이를 기록할 때였다. 상황이 이러니 정부 인가 4대 해외 입양 기관의 아기 유치 경쟁은 치열했다. 80년대 약 6만 명 이상의 아기들이 해외 입양 길에 올랐다. 장성탄은 그중 한 명이었다. 우리는 무분별하게 보냈고, 서구는 무분별하게 받았다. 

하지만 서구는 변했다. 1970년대까지 입양인의 출생기록을 비공개하던 관행이 바뀐 것이다. 친생부모의 비밀 보장보다 아동의 알권리 보장이 더 큰 이익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그리고 미혼모, 재혼, 이혼 가정 등에 대한 차별도 없어지고 지원도 늘었다. 결과적으로 숨겨야 할 출산도, 버려야 할 아기도 줄었다. 영국은 1975년 아동법에 입양인이 18세가 되면 출생기록 원본을 입수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 미국, 캐나다 등은 주에 따라 다르나 점점 더 많은 주가 입양인이 자신의 출생기록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승인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입양인이 친생부모 정보를 알아야 하는 것은 죽을 병에 걸렸기 때문도, 입양부모를 잘못 만나 불행한 삶을 살았기 때문도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기본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 기본권을 죽을병에 걸렸기 때문에 알려 달라는 것도 후진적인데, 모호한 법 조항을 구실로 알려주지 않는 것은 더 후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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