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명: "횡설수설"
- 게재지: 동아일보
- 게재일시: 1975년 3월 15일
- 내용 요약 :
얼마 전 스위스에 입양 간 우리나라 어린이가 대기 보호 중 3층 건물에서 뛰어내려 큰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더우기 며칠 전 14명의 젖아기의 목숨을 앗아간 '천사의 집' 화재 참사는 가슴이 아프다. 갓난 아기들은 하나같이 미혼모 소생, 한때의 불장난으로 잉태한 비극의 씨앗이었다. 이러한 미혼모는 급진적인 공업화의 부산물이라고 한다. 주로 마산, 울산, 인천, 영등포 등 새로 형성된 공업단지에서 미혼모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부모를 떠나 외지에 와서 여공생활을 하다보면 유혹과 탈선의 기회가 많을 것이다. 부모의 눈도 어른의 간섭도 안 받으면 자칫 불장난에 빠지기 쉽다. 이는 70년 이후 미혼모에 의한 고아 수가 해마다 놀라운 숫자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한다. 더우기 놀라운 것은 미혼모 연령이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사회 곳곳에 미혼모가 늘고 있다니 한마디로 성모럴의 타락이 이같은 사회적 병폐를 가져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 늦기 전에 미혼모와 이들 비극의 씨앗인 고아에 대한 보호대책이 이루어지기 바란다. 1969년 미혼모 상담을 시작한 한국기독교양자회는 1970년에 들어서면 미혼모 상담소를 찾은 미혼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발표를 시작한다. 상담소를 찾을 수밖에 없는 절박한 미혼모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근거로 미혼모는 어리고, 학력이 낮으며,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언설을 통계 수치와 함께 꾸준히 제시한다. 이렇게 전형화된 미혼모 이미지가 1975년 3월 15일 칼럼에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난다. "비극의 씨앗"인 미혼모 자녀는 입양 기관과 언론에 의해 "고아"가 되고, 이들의 입양은 정당화 된다. 그리고 미혼 임신에 책임있는 유혹하는 남자는 성도덕 언설에서 사라지고 유혹에 빠진 미혼모만 부각되며 미혼모 담론은 전형적으로 젠더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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