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명: "여적"
- 게재지: 경향신문
- 게재일시: 1977년 5월 17일
- 내용 요약 :
12세기경 십자군 기사들이 전쟁터에 나가면서 고국에 남겨둔 아내아 애인의 정조를 지키기 위해 발명해냈다던 정조대가 최근 해외토픽에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한 남자가 애인을 납치해 정조대를 채웠는데 나중에 산소용접기로 절단하다가 중화상을 입혀 손해배상 소동을 당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여성의 순결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MBC 주최 대학방송 작품 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탄 "순결의 현주소, 단단한 조가비" (이화여대 시청각교육과 방송부 제작)에 나타난 여대생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예상과 달리 건전한 편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순결은 소중하게 취급되기 때문에 순결의 현주소는 아주 단단한 조가비가 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다. 작년 대구시내 여대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61%가 "결혼전 순결을 지켜야 한다"고 나왔다. 나머지 39%는 "사람만 좋으면 괜찮다"고 해서 애매한 편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자기 문제에서만은 아주 보수적이라고 말하는 교수들도 있다. 성개방, 성문란으로 우리나라 남녀 고교생들의 혼숙, 미혼모 증가 등이 사회문제로 거론되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조사를 통해서 밝혀진 결과를 믿는 한, 성문제를 크게 걱정할 건 없을 것 같다. 1970년대 많은 성교육 교재가 출간되기 시작한다. 이들 성교재는 혼전 순결을 지키고 결혼 후 출산하여 성역할에 충실한 핵가족을 만드는 것을 이상화하고 있다. (참조: 권희정 2014 『미혼모의 탄생: 추방된 어머니들의 역사』) 경향신문의 준 사설에 해당하는 여적에서도 역시 여성의 혼전 순결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 속에 미혼모를 사회적 문제로 보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기사보기 |